내부감사 디지털화,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 3개월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감사 시즌이 되면 저희 팀은 으레 비상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엑셀 파일 수십 개를 열어두고, 부서마다 버전이 다른 데이터를 맞추느라 밤을 새우는 일이 반복됐죠. "이거 작년이랑 양식이 다른데요?"라는 말이 팀 채팅방에 뜨면 그날은 이미 야근이 예약된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내부감사 디지털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것들을, 좋은 점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써보려 합니다.
왜 지금 내부감사 디지털화가 화두인가
KPMG의 2024 내부감사기능 서베이 리포트를 보면 한국 기업 내부감사 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가장 큰 고충이 바로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입니다. 그러면서도 실제 AI 기반 감사 자동화를 도입한 기업은 10% 미만에 불과하다는 게 현실이죠.
이 간극이 생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여기에 최근 규제 환경도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한 대규모 과징금 부과, 지속가능경영 보고 의무화 확대, ESG 공시 요구 강화까지. 종이 기반 감사 체계로는 이 흐름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디지털화 전의 현실: 이런 장면, 낯설지 않으시죠?
전형적인 분기 감사 준비 풍경을 한번 그려보겠습니다.
재무팀은 ERP에서 데이터를 뽑아 엑셀로 정리합니다. 감사팀은 그 파일을 받아 다시 자체 양식에 옮겨 붙입니다. 중간에 오탈자가 생겨도 모릅니다. 담당자가 휴가를 가면 파일이 어디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됩니다. 이상 항목이 발견돼도 "이거 실제로 리스크가 있는 건지, 그냥 입력 오류인지" 판단하는 데 며칠이 걸립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감사의 본질인 "리스크를 찾아내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은 사실상 없습니다. 데이터 취합과 정리에 전체 감사 기간의 60~70%를 쏟아붓는 게 현실이니까요.
실제 기업은 어떻게 바뀌었나
SK텔레콤: 기후 리스크 감사를 AI로 전환하다
SK텔레콤의 2024년 기후정보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SKT는 TCFD(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내부 감사 프로세스를 AI·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했습니다.
핵심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닙니다. 기존에는 기후 관련 리스크 지표를 각 부서가 분기마다 따로 취합해 보고했습니다. 디지털화 이후에는 실시간으로 통합 모니터링이 가능해졌고, 기후위기 대응 로드맵과 감사 결과를 같은 플랫폼에서 연동해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장에서 보면 이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실감합니다. 기존에는 "이 수치가 우리 Net Zero 목표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확인하려면 최소 2~3일이 걸렸다면, 시스템 전환 후에는 대시보드에서 즉시 확인이 가능해집니다. 의사결정 속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죠.
한화생명: 보험 감사 자동화로 종이와 이별하다
한화생명은 ISO27001 국제 인증을 기반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디지털화하고, 전자 청약 시스템 '스마트플래너'와 감사 프로세스를 연동했습니다. 보험업 특성상 방대한 계약 문서와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감사 과정에서 종이 서류 의존도가 높았던 게 오랜 과제였습니다.
정보보안 인증 체계와 감사 자동화를 함께 구축한 덕분에, 종이 사용량을 대폭 줄이면서도 오히려 리스크 탐지 정확도는 높아졌습니다. 중요한 건 ISO27001 인증 획득 과정 자체가 감사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는 기초 작업이 됐다는 점입니다. 인증을 따기 위해 정보보안 체계를 정립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부통제 프레임이 잡히거든요.
익명의 중견 제조기업 A사: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말하면
제가 컨설팅 과정에서 접한 한 중견 제조기업 A사의 이야기입니다. 처음 디지털 감사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기대했던 것과 다른 현실에 꽤 당황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데이터 품질이었습니다. 시스템은 훌륭한데 막상 거기에 넣을 데이터가 오염돼 있었던 겁니다. 각 부서에서 다른 기준으로 입력해온 데이터를 정제하는 데 도입 초기 3개월을 거의 다 썼습니다. 그 기간 동안은 "이게 도입이 맞는 건가"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더군요.
그런데 데이터 정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4개월 차부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전에 2주 걸리던 분기 감사 준비가 4~5일로 줄어들고, 이상 거래 탐지율도 눈에 띄게 향상됐습니다. 이 경험이 주는 교훈은 하나입니다. 디지털화의 성패는 도구가 아니라 데이터 품질이 결정한다는 것.
도입하려는 분들을 위한 현실적인 가이드
막연하게 "AI 감사 시스템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실행하는 건 다릅니다. 제 경험상 다음 순서로 접근하는 게 가장 현실적입니다.
1단계: 지금 어디서 가장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지 먼저 파악하세요
도입 전에 현재 감사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적어보고, 각 단계에 소요되는 시간을 솔직하게 측정해보세요. 대부분의 경우 "데이터 수집"과 "보고서 작성"에서 전체 시간의 50~60%가 나갑니다. 이 부분을 자동화하는 것만으로도 체감 효과는 큽니다.
2단계: 전사 로드맵 없이는 시작하지 마세요
내부감사 디지털화는 감사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IT팀, 재무팀, 경영진의 공감대 없이 시작하면 반드시 데이터 연동 단계에서 벽에 부딪힙니다. SK텔레콤이 Net Zero 전략과 감사 시스템을 연동한 것처럼, 기업 전체 전략과 묶어서 추진해야 동력이 생깁니다.
3단계: 보안 인증은 선택이 아닙니다
감사 시스템은 기업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곳입니다. 시스템 자체의 보안이 허술하면 오히려 리스크를 키우는 꼴이 됩니다. 솔루션 선정 시 ISO27001 인증 보유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이건 협상 가능한 조건이 아닙니다.
4단계: AI 리터러시 교육에 투자하세요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쓰는 사람이 이해를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특히 감사 담당자들이 AI가 도출한 이상 탐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모르면 시스템이 뱉어내는 알람에 오히려 업무가 마비될 수 있습니다. 도입 예산의 10~15%는 교육에 쓰는 게 맞습니다.
꼭 알아야 할 주의사항
주의사항을 솔직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리스크 | 구체적 상황 | 대응 방법 |
|---|---|---|
| 데이터 품질 문제 | 기존 시스템 데이터 오염으로 AI 분석 결과 왜곡 | 도입 전 3개월 데이터 정제 기간 반드시 확보 |
| 보안 취약점 | 감사 시스템이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 경로가 됨 | ISO27001 인증 업체 선택, 정기 보안 감사 |
| 인력 역량 부족 | 담당자가 시스템을 활용 못하고 방치 | AI 리터러시 교육 선행, 단계적 기능 도입 |
| 초기 비용 부담 | 중소기업의 경우 초기 투자 여력 부족 | SaaS 방식 월정액 솔루션 활용, 정부 AX 지원 사업 검토 |
BPRM의 내부통제 및 감사 관리 기능은 이런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단계별 도입이 가능한 SaaS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한 번에 모든 걸 바꾸려 하지 않고, 현재 가장 비효율적인 프로세스 하나부터 자동화해보는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FAQ: 현장에서 실제로 받은 질문들
Q. 내부감사 디지털화와 감사 자동화, 뭐가 다른 건가요?
쉽게 말하면 디지털화가 더 큰 개념입니다. 디지털화는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보고, 이력 관리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 환경으로 옮기는 것이고, 자동화는 그중 반복적인 작업(거래 이상 탐지, 문서 분류, 보고서 생성 등)을 시스템이 알아서 처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동화는 디지털화의 핵심 요소이자 가장 체감 효과가 큰 부분입니다.
Q. 중소기업도 실제로 도입이 가능한가요? 비용이 걱정됩니다.
가능합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대기업이 쓰는 것과 같은 시스템"을 욕심내지 않으면 됩니다. 클라우드 기반 SaaS 솔루션은 월정액 방식이라 초기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AX(인공지능 전환) 전략에 따른 지원 사업도 활용할 수 있으니 먼저 확인해보는 걸 권합니다.
Q. 도입하면 감사 인력을 줄일 수 있나요?
제 생각엔,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된 방향이라고 봅니다. 디지털화의 목적은 인력 감축이 아니라 인력의 시간을 "데이터 취합"에서 "실질적인 리스크 판단"으로 이동시키는 겁니다.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 감사 담당자들이 실제로 판단이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감사의 질 자체가 올라갑니다.
Q. 기존 ERP 시스템과 연동이 어렵지 않나요?
솔직히 이게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입니다.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립니다. 솔루션 선정 시 "기존 ERP와의 API 연동 경험이 있는지",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지원을 제공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이걸 빠뜨리면 나중에 추가 비용이 상당히 발생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습니다. 내일 당장 이것 하나만 해보세요.
지난 분기 감사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 단계 세 개를 팀원들과 함께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 중에서 "이건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일인가, 아니면 시스템이 대신할 수 있는 일인가"를 구분해보는 겁니다.
이 작업을 해보면 대부분 팀이 "아, 우리가 여기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쏟고 있었구나"를 처음으로 직면하게 됩니다. 그게 디지털 전환의 진짜 출발점입니다.
여러분의 회사도 충분히 바뀔 수 있습니다. 처음 3개월은 힘들겠지만, 그 이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건 제가 보증합니다.
참고자료
- 2024 내부감사기능 서베이 리포트 — KPMG 한국, 2024
- SK텔레콤 2024 기후정보 공개 보고서 — SK텔레콤, 2024
- 정보기술 환경에서의 디지털 감사 스터디가이드(2025년판) — 나무회계법인, 2024
- 연구행정기관의 디지털 감사 도입 방안 연구 — 한국연구재단, 2025
- 국내 기업 재무·회계·감사 업무 종사자 79% "AI가 회계투명성 높일 것" — EY한영,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