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 도입 솔직 후기: "기업당 100개 시대"에 왜 아직도 엑셀 쓰세요?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비슷한 고민을 해보셨을 겁니다. "SaaS 도입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저도 수년 전 처음 ERP 시스템 교체를 검토하면서 이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벤더 미팅만 열 군데 돌고, 내부 보고서만 다섯 번 고쳐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지금 현장을 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2024년 한국 공공 SaaS 계약 규모는 약 75억 9,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고, 계약 건수도 226건으로 60% 늘었습니다. 공공기관도 이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데, 민간 기업이 뒤처질 여유는 없습니다.
"우리 회사는 아직 괜찮아" — 정말 그럴까요?
잠깐, 솔직하게 한 번 점검해보겠습니다.
지금 여러분 회사에서 이런 장면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나요?
- 월요일 아침, 각 팀에서 만든 엑셀 파일이 메일로 날아오고 누군가 취합하느라 오전을 통째로 씁니다
- "최신 버전 파일 누가 가지고 있어요?"라는 메신저 메시지가 하루에 세 번 이상 뜹니다
- 결재 올린 문서가 어디까지 갔는지 실무자도, 팀장도 모릅니다
- IT팀에 툴 하나 추가해달라고 하면 "검토해보겠습니다"가 두 달째입니다
이 장면들이 낯설지 않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겁니다.
Before / After: 중견기업 A사의 SaaS 전환 18개월
제가 컨설팅 과정에서 함께 일한 한 중견 제조기업(이하 A사, 임직원 약 300명)의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이름은 밝히지 않지만, 이 회사의 여정이 아마 많은 분들의 상황과 겹칠 겁니다.
Before: 데이터는 있었지만 활용되지 않았다
A사는 영업, 생산, 구매 각 팀이 각자 엑셀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월말 결산 때마다 CFO가 각 팀장한테 전화해서 수치 확인하는 게 루틴이었습니다. 보고서 하나 만드는 데 3~4일이 걸렸고, 정작 의사결정은 "감으로"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안 문제도 있었습니다. 퇴사한 직원이 고객 DB를 엑셀로 들고 나간 사건이 한 번 있었고, 그때 처음으로 "관리가 안 되고 있구나"라는 위기감이 생겼다고 합니다.
전환 과정: 처음 3개월은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A사가 먼저 도입한 건 CRM과 프로젝트 관리 툴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만 해도 내부 반발이 꽤 있었습니다. "지금도 바쁜데 새로운 시스템 배우라고요?" 50대 영업팀장이 제일 강하게 저항했고, 결국 도입 초기 한 달은 실제 사용률이 30%에도 못 미쳤습니다.
이때 A사가 잘한 건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얼리어답터 역할을 할 3~4명을 먼저 집중 교육하고, 그 사람들이 팀 내 미니 강사가 되게 했습니다. 3개월 후에야 사용률이 70%를 넘겼고, 6개월이 지나서야 "이게 없으면 불편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After: 수치보다 먼저 달라진 건 '분위기'였습니다
18개월 후 A사의 변화를 몇 가지만 짚으면, 월말 보고서 작성 시간이 34일에서 하루 이내로 줄었습니다. 고객 문의 대응 속도도 크게 개선됐는데, AI가 통합된 CRM을 쓰면서 반복적인 문의는 자동 응대로 처리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신 AI SaaS 통계에 따르면 AI SaaS 도입 시 고객 문의의 5060%가 자동 해결될 수 있고, 운영 비용이 30% 절감될 수 있다고 하는데, A사도 비슷한 방향으로 효과를 체감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데이터 기반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회의 시간에 각자 다른 수치를 들고 논쟁하는 일이 사라지고, 하나의 대시보드를 보면서 의사결정하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SaaS 도입, 단계별로 이렇게 하세요
A사의 사례에서 뽑아낸 실전 흐름입니다. 교과서적인 내용이 아니라,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순서입니다.
1단계: 지금 당장 "SaaS 인벤토리"부터 만드세요
많은 회사가 이미 SaaS를 쓰고 있는데 그게 몇 개인지 모릅니다. 2025년 기준 국내 기업당 평균 100개 수준의 SaaS를 사용 중이라는 통계가 있는데, 실제로 IT팀에 물어보면 "그렇게나요?"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팀별로 비공식적으로 도입한 툴들, 개인 신용카드로 결제해서 쓰는 구독 서비스들까지 합치면 훨씬 많습니다.
직원 67%가 회사 공식 승인 없이 AI 툴을 쓰고 있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이걸 "섀도우 AI"라고 부르는데, 방치하면 보안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먼저 현황 파악부터 하세요.
내일 당장 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 각 팀장에게 "현재 팀에서 쓰는 모든 SaaS/클라우드 서비스 목록을 다음 주까지 제출해주세요"라는 메일 한 통 보내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생각지 못한 것들이 드러납니다.
2단계: 솔루션 비교할 때 이것만은 꼭 확인하세요
| 평가 항목 |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것 |
|---|---|
| 기능 | "있다"와 "쓸 만하다"는 다릅니다. 무료 체험으로 실제 업무에 써보세요 |
| AI 통합 | 현재 AI 기능이 있는지 + 로드맵이 있는지 둘 다 확인 |
| 보안 인증 | SOC 2, ISO 27001 인증 여부,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여부 |
| 통합성 | 이미 쓰는 다른 툴과 연동되는지 (API 지원 여부) |
| 한국어 지원 | 단순 번역이 아닌 실질적인 한국 고객 지원 가능한지 |
솔직히 말하면 기능 비교표만 보고 결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제 생각엔 파일럿 단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3단계: 전사 도입 전 반드시 소규모 파일럿
510명 규모의 팀으로 46주 테스트를 먼저 합니다. 이때 "테스트 참여자 선발 기준"이 중요한데, 얼리어답터와 회의론자를 의도적으로 섞으세요. 회의론자가 "이건 써볼 만하다"고 하면, 나머지 직원들 설득이 훨씬 쉬워집니다.
4단계: 도입 후 90일이 진짜 승부처
많은 회사가 도입만 하고 방치합니다. 실제로 SaaS 도입 실패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쓰다가 흐지부지"입니다. 90일 모니터링 담당자를 명확히 지정하고, 격주로 사용률과 팀 피드백을 수집하세요.
BPRM의 업무 프로세스 관리 기능을 활용하면 이런 SaaS 도입 추진 프로젝트 자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진행 상황을 팀 전체와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부 지원, 이미 받을 수 있는데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공기관이라면 2024년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를 통해 기관당 최대 2억 원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SaaS 전환지원센터(saas.or.kr)에서 SaaS 도입 관련 지원 사업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5년 SaaS 개발 지원사업 안내서도 한번 들여다보시면, 직접 SaaS를 개발하거나 기존 솔루션을 개선할 때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직 이 지원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면, 비용 부담을 이유로 SaaS 도입을 미루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들
Q. 솔직히 SaaS 도입 비용이 온프레미스보다 더 비싸지 않나요?
초기 구축 비용만 보면 SaaS가 저렴합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구독료가 쌓이면서 총 비용이 온프레미스와 비슷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핵심은 "총소유비용(TCO)"으로 비교하는 것입니다. 서버 관리, 업그레이드, IT 인력 비용까지 포함하면 대부분의 경우 SaaS가 유리합니다. 특히 100명 이하 규모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Q. 데이터 보안이 가장 걱정됩니다. 클라우드에 올려도 안전한가요?
이건 "어떤 클라우드냐"의 문제입니다. SOC 2 Type II, ISO 27001 인증을 받은 벤더라면 왠만한 자체 서버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오히려 지금 여러분 회사 공유 드라이브에 암호화도 안 된 엑셀로 돌아다니는 고객 데이터가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벤더 선택 시 보안 인증서 제출을 계약 조건으로 명시하세요.
Q. 직원들이 안 쓰면 어떡하죠? 변화 저항이 걱정됩니다.
제 경험상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강요"가 아니라 "불편함의 제거"입니다. 기존 방식으로 하던 일을 새 툴로 하면 오히려 더 편하다는 경험을 빨리 만들어줘야 합니다. 첫 한 달은 병행해서 쓰되, 새 툴로 만든 결과물이 더 좋게 나오는 사례를 팀 내에서 공유하세요.
Q. 100개나 되는 SaaS를 어떻게 관리하죠?
사실 100개를 잘 쓰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고 통합하는 게 목표입니다. SaaS 인벤토리를 만들고 나면, "같은 기능인데 두 개를 구독하고 있었다"는 경우가 반드시 나옵니다. 중복 정리만 해도 비용을 줄일 수 있고, API로 연동 가능한 툴끼리 묶으면 관리 부담도 크게 줄어듭니다.
Q. AI SaaS는 거품 아닌가요?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거품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AI SaaS가 다 쓸모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반복적인 단순 업무"에 AI를 붙인 솔루션은 이미 검증된 게 많습니다. 고객 문의 1차 응대, 문서 요약, 데이터 이상 탐지 같은 영역이 대표적입니다. "AI가 뭔가 마법을 부린다"는 기대보다 "지금 사람이 반복하는 이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접근하면 훨씬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완벽한 타이밍은 없습니다
SaaS 도입을 망설이는 가장 흔한 이유가 "좀 더 준비되면"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엔, 완벽한 준비가 된 다음에 시작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A사도 준비가 다 된 다음에 시작한 게 아니라, 시작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지금 당장 거대한 전환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장 불편한 업무 하나, 가장 반복적인 프로세스 하나에서 시작하세요. 그 작은 성공 경험이 나머지를 자연스럽게 끌어당깁니다.
경영혁신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싶다면, BPRM이 전략 목표 관리부터 실행 과제 추적까지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게 도와드립니다.
참고자료
- 공공 SaaS 100억 시대…클라우드 전환 타고 성장 — 전자신문, 2026
- SaaS 전환지원센터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2025년 SaaS 개발 지원사업 사업안내서 —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2025
- SaaS·AI 통계 및 트렌드 분석 — Thunderbit, 2025
- 2025 클라우드 트렌드: 다시 네트워크에 예산 투자 — SaaS 전환지원센터, 2025